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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01 / 아이티투데이 / 사람과 기업, 탐방 ‘블리엔’ 개발사

[Fall in App] 블리엔, ‘헤헤케케·소름·앱스파일’

기획과 신속성, 행동력이 성공의 원동력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인류가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다. 이 원동력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언어로 재구성돼 하나의 이야기로 승화됐다. 새로운 국가가 탄생할 때나 한 시대를 흔들었던 영웅들이 나타나면 그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력은 서사시라는 양식으로 입에서 입으로 구전됐다. 오랜 시간이 흘러 영웅담을 노래했던 음유시인은 시중의 인기있는 이야기를 장단에 맞춰 불렀던 판소리 대가들이 되고, 사회의 부조리를 라임과 플로우에 엮은 랩퍼로 탈바꿈했다. 스마트폰의 열풍으로 소셜 네크워크가 구축되는 지금은 모두가 이야기꾼이 될 수 있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왼쪽 상단부터) 블리엔이 개발한 ‘소름’, ‘닭살문자’, ‘동물점 쥬만지’, ‘헤헤케케’ 앱 메인화면

이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에서도 사용자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 모음 형식의 앱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그 중 이야기 모음 앱을 출시할 때마다 순위권을 놓치지 않는 개발사가 눈에 띈다. ‘헤헤케케’와 ‘소름’, ‘닭살문자’, ‘앱스파일 시즌1’ 등을 내놓은 앱 개발사 블리엔(Voolean)은 앱 시장의 이야기꾼으로 불려도 손색없을 정도로 방대한 이야기를 각 테마별로 묶어 사용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블리엔은 13개월의 짧은 역사를 지닌 앱 개발 밴처기업이다. 인력도 정진규 대표를 제외하고는 숨은 조력자 2명이 전부지만, 올 상반기에만도 5개 이상의 앱을 출시하고 이들 모두를 각종 앱스토어 순위 상위권에 진입시킨 저력 있는 업체다.

정진규 대표는 회사이름인 ‘블리엔(Voolean)’은 이진수를 나타내는 전자 관련 학문 용어인 ‘Boolean’에서 따온 것으로, 사실 ‘o’자 두 개가 나란히 있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세간의 통념과 도메인에 ‘Boolean’이 이미 등록돼 있어 어쩔 수 없이 ‘Voolean’을 선택하게 됐다는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 개발사는 여름을 겨냥해 무서운 이야기를 모아 놓은 ‘소름’이 휴가철 내내 순위권 한 자리를 차지하며 사용자의 관심을 톡톡히 받았다. 정 대표는 “2달 정도를 밤만 되면 무서운 이야기를 찾기 위해 온 웹사이트를 다 뒤지고 다녔다”며, “그렇게 찾아낸 3000개의 이야기중 정말 소름이 돋을 것만 같은 300개의 이야기를 추려 모아봤다”고 말했다. 실제로 잠자리에서 여러 번 가위에 눌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정 대표는 웹 1.0 시대라 불리는 94년부터 미국 실리콘벨리와 국내 IT 업체들을 전전하며 웹 기획 및 디자인을 담당했던 경력을 갖고 있다. 18년간 웹이라는 한 우물을 파며 쌓인 IT지식과 노하우를 그대로 이야기 찾기에 도입했다는 것.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을 추려내 바로 앱으로 개발하는 신속성도 인기 비결의 한 부분을 차지했다. 정 대표는 “머릿 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바로 실천에 옮겼다”며, “혼자서 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운좋게 든든한 2명의 조력자를 만나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블리엔 정진규 대표

기본적인 프로모션에도 충실했음은 물론이다. 각종 SNS는 물론 이통사를 통한 홍보,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도 활발히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물론 커뮤니티에 홍보성 글을 올리면 바로 삭제되거나 제재를 받지만 그 동안 열심히 활동한 바 있는 커뮤니티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특히 하우스 애드를 통한 앱 알리기가 주효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우스 애드란 개발자의 앱에 자신의 앱을 홍보하는 방식으로 예를 들어 ‘소름’ 앱에 ‘헤헤케케’ 앱 광고를 넣은 방법을 얘기한다. 이 애드 방식의 경우에는 신규 앱을 출시했을 때만 실시한다고 한다. 정 대표는 “사실 앱을 개발하고 난 후 앱스토어에 올리는 그 날이 가장 중요하다”며 “앱 속에도 ‘추천 앱’란을 따로 마련해 사용자들이 손쉽게 블리엔의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블리엔은 이야기 모음 앱 출시 전 라이브 배경화면으로 유명세를 치렀던 업체다. 20종의 배경화면을 출시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사례도 많았다. 최근 이 배경화면이 해외에 출시돼 다시 한 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 중이라고 한다. 향후 이야기 모음 앱을 넘어 사용자가 직접 이야기를 생성해 올릴 수 있는 SNS 형식의 앱을 기획 중이다. 정 대표는 “여지껏 이야기를 모았던 게 블리엔이었다면, 이제는 사용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줄 때가 됐다”며 “이슈 중심의 SNS를 기획 중이며, 그 이후에는 최종적으로 SNG 방식의 앱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청사진을 제시했다. 블리엔은 곧 ‘헤헤케케 3.0’과 ‘앱스파일 시즌 2’를 출시할 예정이다. 전자는 재밌는 사진과 동영상을 엮에 사용자들이 직접 콘텐츠를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 있게 할 방침이며, 후자는 음모론에 이어 UFO에 얽힌 이야기들과 사진을 함께 실어 낼 계획이다. 기획과 신속성, 행동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하겠다는 각오다. 정 대표는 “국내 앱 개발자가 부족한 만큼 모든 신생 업체들이 적은 인원을 통해 주야로 힘들게 업무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블리엔도 인원이 충원되는대로 최종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